영산재, “너도 깨닫고 나도 깨닫고 현세가 극락이어라”-K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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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주소 : http://m.pompae.or.kr/bbs/board.php?bo_table=notice&wr_id=2241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22-02-20 09:19 조회2,9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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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재, “너도 깨닫고 나도 깨닫고 현세가 극락이어라”
[인터뷰] 동국대학교 한국음악과 학과장 법현스님(용암사) (1)
- 깨달음의 수행과 춤, 노래, 연주가 어우러진 불교예술 ‘영산재’
- 법현스님 “영산재의 핵심사상은 홍익정신과 일맥상통”
“당대 위대한 성악가도 공연 후 관객들로부터 커튼콜을 보통 10번 정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영산재靈山齋를 해외에서 공연하면 30번 넘는 커튼콜을 받습니다. 프랑스 공연에서 ‘천상의 소리’라는 격찬을 받았고, 해외 언론에서는 ‘동양의 나비가 서양인의 심금을 울렸다’라고도 했죠.”
국내 중요무형문화재 제 50호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영산재. 그 계보를 잇는 법현스님(김응기)은 “영산재는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글로벌 예술로 확산할 수 있다”라며 “영산재의 핵심정신은 우리 한국인의 고유 철학인 홍익인간 이화세계와 다르지 않다”라고 했다.
그는 유럽과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 70여 개국에서 초청받아 공연하며 영산재를 전 세계인과 공감하는 예술로 승화하고자 한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용암사에서 만난 법현스님으로부터 깨달음의 예술 ‘영산재’의 의미와 한국 불교예술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영산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지금부터 약 2,600년 전 인도 영취산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여러 중생이 모인 가운데 ‘법화경法華經’을 설하실 때 당시의 광경을 시공을 초월해 현재의 도량으로 옮겨와 재현하는 불교의식이죠.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 그리고 죽은 사람까지 모두가 깨달음을 성취하라는 대승불교 철학에서 나온 의식입니다. 그래서 영산재를 대승사상의 꽃이라고 합니다.
총 24가지의 춤과 범패, 연극, 무용, 미술, 음악, 무대까지 서양의 오페라보다 훨씬 장엄한 종합예술이죠. 영산재를 재연하기위해서는 보통 15~16명의 스님이 필요한데 모두가 악보를 머릿속에 외워야 합니다. 악보를 본다면 의식의 절반은 악보에 빼앗기겠죠. 영산재는 그 자리에 참석한 대중과 완전히 소통해 깨달음을 전하는데 의의가 있기 때문에 외워야 할 수 있습니다.
스님께서 영산재를 계승하게 된데 아버님의 영향이 크셨다고.
- 예. 증조할아버지께서 고향인 강릉 김가였는데 강원도에서 만석지기였다고 합니다. 작은아버지께서 먼저 출가하셔서 지금은 이북에 있는 심원사에 계셨죠. 아버지도 불교에 심취하셔서 보성전문대학교(현재 고려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수원 용주사에서 출발해 불교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이던 금강산 마하연 선방에서 공부하셨죠. 성철 큰스님이 3년 선배라고 하시더군요. 20대에 금산사 강원講院(사찰에서 스님을 가르치는 전문연구기관)에서 교수로 활동하셨죠.
아버님과 어머님께서는 어떻게 만나셨는지.
- 속가에서 제 어머니 될 분과 결혼하라고 종용하셨는데 처음에 거절하셨다고 해요. 그런데 큰 스님이 “중생 한 사람의 마음도 보살피지 못하면서 무슨 큰 중이 되겠느냐?”고 꾸짖어서 3년 만에 결혼하셨죠. 우체국에서 일하시던 어머니께서 미인이셨다는데 미인박명이라고 저희 4형제를 낳고나서 제가 채 3살이 되지 않았을 때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절에서 저희를 키우면서 형님은 7살에, 저는 9살에 출가하게 되었습니다.
불교계에서 스님이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 태고종에서는 ‘대중교화’를 이념으로 하는데 결혼은 각자의 선택에 따라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효대사는 요석공주와의 사이에 신라의 대학자 설총을 낳았고, 의상대사는 홀로 정진하셨듯이 결혼은 수행에 장애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 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특별담화를 계기로 원래 하나이던 불교계가 결혼하지 않는 종단과 결혼을 선택할 수 있는 종단으로 크게 양분되었습니다.
9살에 출가하셨으면 동승인데, 영산재와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요?
- 아버지께서 금강산 유점사에 계셨어요. 유점사에서는 겨울철 동안거 때마다 ‘경제京祭’라고 해서 서울의 스님을 모셔다 염불과 바라춤 등 불교 음악을 가르쳤죠. 아버지께서 춤과 노래, 연주가 어우러진 영산재를 잘 하셨고 제가 어린 시절 많이 보여주셨어요. 아버지께서 제 재주를 보고서 “네 형처럼 영산재를 공부하면 좋겠다”라고 하셨죠. 저는 맨 처음 조계사에 갔는데 거기서는 염불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봉원사에서 배우게 된 것이죠.
천년고찰 봉원사에서 영산재를 가르쳤나봅니다.
- 영산재는 고려시대부터 태고종의 총본산인 봉원사를 중심으로 전승되었습니다. 지금도 매년 6월 6일 현충일에 봉원사에서 영산재보존회 주최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과 억울한 죽음을 맞은 분들을 위해, 그리고 인류의 평화, 지구촌의 화합과 소통,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봉행됩니다. 스님 70~80분을 모시고, 신도는 1,500~2,000여 명이 참여해왔죠.
염불과 영산재는 어떤 관계인지.
- 보통 불교경전을 외우는 걸 염불이라고 아는데, 염불은 불교음악을 가리킵니다. 음악에 보통 대중가요와 클래식이 있듯이 일반사람이 평성으로 하는 걸 ‘평염불’이라고 하고, 보다 전문적으로 배워 불교의식에서도 하는 염불을 ‘범패’라고 하죠. 깨달음의 화두를 음률에 실어 전하는 것입니다.
범패에 대한 가장 오랜 기록은 754년 신라 경덕왕 13년에 조성된 사경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에 나옵니다. 범패는 가곡과 판소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성악곡 중 하나인데 영산재는 우리나라 불교 범패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범패를 포함한 무형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국에도 영산재와 비견할 수 있는 종교예술이나 공연이 있는지.
- 부탄의 불교의식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죠. 불교무용이자 제의식을 ‘참(Cham)’이라고 하고 매년 두 차례씩 거행합니다. 이 때, 동물의 형상을 한 가면을 쓰고 북을 연주하며 3일~5일 동안 춤을 춥니다. 티베트 불교의 영향이라고 합니다. 인도, 네팔 등에서도 불교의식을 장엄하게 하는데 대한민국 영산재가 가장 화려하다고 평합니다. 부탄의 불교무용 ‘참’은 매우 단순한데 비해 한국에서는 바라춤 7가지, 나비춤 18가지가 있고, 그 외에도 법고춤, 기둥을 두드리며 추는 타주打柱춤 등 수십 가지인데 전 세계를 통틀어 이렇게 다양한 춤을 가진 것은 한국뿐이죠.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스님이 춤을 추지 않고요.
영산재는 어떻게 진행됩니까?
- 원래 영산재는 3일 밤낮으로 거행했습니다. 절에 가면 법당, 불상처럼 유형적인 것이 있는데, 영산재에서는 깨달음의 장소, 법당을 야외에 펼쳐 일반 대중뿐 아니라 돌아가신 영가도 그 춤과 노래를 듣는 무형적인 형태의 예술이라고 보면 됩니다.
깨닫기 위해 문을 여는 게송인 개문게開門偈를 비롯해 법당 위에 꽃이 떨어지는 것을 표현한 산화락散花樂, 부처님께 차를 올리는 다게茶偈 등 173개의 소리로 구성되어 있죠. 도입부분인 시련侍輦의식, 대령對靈의식 등 총 13단계로 구성되는데 마지막 결말의식에서는 영산재 의식에 사용된 꽃을 비롯해 모든 것들을 태워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영산재를 마치며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것은 어떤 뜻인지.
- 본연의 자리, 공空의 자리로 다시 되돌려 보내는 것입니다. 처음 일주문을 들어섰을 적에 우리 마음에 아무 것도 없었고, 영산재를 마치며 다시 아무 것도 없는 세계로 되돌린다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 마음에는 이미 보고 들으며 깨달음이 머물러 있겠죠. 강을 건너기 위해 배가 필요하지만 건넌 후에는 효용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영산재를 통해 대중에게 전하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무엇인지.
- 수행승의 입은 염불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탄하고, 수행승의 몸동작으로 가르침을 표현하고, 수행승의 마음은 그 가르침을 생각하여 나와 더불어 모든 중생이 깨달음을 향한다는 깨달음의 향연이죠.
너도 깨닫고 나도 깨닫고, 음악으로도 춤으로도 깨닫는 데 그 목적이 있어요. 누구나 깨달음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이 세상이 극락이라는 것입니다. 극락이 곧 깨달음의 세계이죠. 이것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이 되어 세상을 이화세계로 만들고자 한 단군의 정신, 선도수행과도 맞닿아 있죠. 홍익인간은 만인이 평화롭게 잘 사는 태평성대를 이루는 것이잖아요.
강나리 기자
heonjukk@naver.com 승인 2022-02-1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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